함께 本 경주
나의 경주

경주에서 보낸 2년

* 독자투고 경주시 노서동 박인 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경주에서 보낸 2년

2년 전 여름에 경주로 내려왔으니 이번 가을은 경주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가을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하나둘 가을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흐르는 매 순간이 아쉽다. 그건 짧고도 아름다운 가을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고,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는 아쉬움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의 흐름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마음 또한 가을을 닮았다.

분주했던 도시의 생활과는 다른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잠시 머물려고 했던 경주는 나에게 지금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태생지인 부산보다 더 고향 같은 넉넉함으로, 25년 넘게 살았던 도시 서울보다 더 마음을 주고 싶은 곳이다. 가끔은 이런 마음에 내가 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터에 애정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문득 깨닫게 된다.

경주로 내려오기 전 나에게 이곳은 여행지에서 잠깐 만났던 단지 조용하고 고즈넉한 역사유물의 도시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머문 2년 동안 정적이고 박제화된 역사유물에 대한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역사는 현재를 통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고, 유물은 현대를 입고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하고 색다른 콘텐츠로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경주의 새로운 장소라고는 황리단길 정도만 알고 내려왔었는데 처음 맞이한 봉황대는 경주의 그 어디보다 나에게 멋진 장소였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본따서 봉트럴파크라고 불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볕 좋고 바람 좋은 날 너른 잔디에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시간과 공간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름에 딱 걸맞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된다. 도시의 알려진 장소들에는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이 붙어있기 일쑤인데 봉황대 앞은 잔디의 감촉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 내가 경주로 내려온 것을 아는 지인들에게 한동안 했던 말은 ‘경주가 이런 곳인 줄 알고 있었냐?’였다. 그들도 역시 나만큼 새로운 경주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놀라운 감흥을 주변에 알리느라 의도치 않게 자칭 경주 홍보대사가 되었고, 나를 만나러 온 사람들에게 내가 알게 된 곳곳을 소개하는 즐거움으로 지난 2년을 보내었다.

경주를 누리고 싶다면 봉황대 앞 잔디밭을, 천천히 걸으며 조망하고 싶다면 월성둘레길을,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곳을 보고 싶다면 금장대와 표암으로, 그리고 힐링 그 자체인 삼릉으로 이들을 안내한다. 나 역시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 있다. 그만큼 경주는 도시 전체가 문자 그대로 역사문화도시다.

계속 머물기로 한 만큼 이제는 찬찬히 그리고 더 깊게 정착인으로서 경주를 들여다 볼 생각이다.

경주 알리미경주 알리미
열린 시장실태극기의
의미와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