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다
투데이 경주

청년의 손끝으로
전통을 잇다

부치부치배첩공방, 제다은 대표

전통이 흐르는 경주 금리단길 골목, 나무 입간판이 세워진 작은 공방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전통 굿즈들이 반기는 이곳은 배첩공방 ‘부치부치’이다. 한지를 풀로 붙이고 솔로 문지르며 전통을 잇고 있는 제다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의 얼을 엮는배첩
역사책이나 박물관, 혹은 일상에서 멋지게 펼쳐진 병풍, 전통적인 그림이나 붓글씨 작품이 걸린 족자나 두루마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게 바로 ‘배첩’이다.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표구’라는 말로 더 잘 알려진 배첩은 국가무형유산으로 등록된 전통 공예로, 글이나 그림 등 종이에 그려진 작품이나 기록물을 책자나 두루마리, 족자, 병풍 등으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배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전통 밀가루풀이다. 항아리에서 삭힌 밀가루를 끓여 만든 풀을 사용해야 곰팡이나 해충으로부터 작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제다은 대표가 운영하는 ‘부치부치’ 배첩공방 역시, 귀한 풀로 비단과 한지를 ‘붙이고 붙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다은 대표

전통공예의 폭을 넓히는디자이너의 공방
제다은 대표는 공방을 창업하기 전,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왔다. 타이포그래피와 북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던 그는 관련 서적의 대부분이 번역서임을 깨닫고 자연스레 ‘우리 것’으로 눈길이 흘렀다. 그러자 고서적의 글자가 타이포그래피처럼, 옛 그림이 그래픽으로 느껴졌고 무형유산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전통공예에 대해 공부했다. 그중에서도 배첩에 특별한 매력을 느껴 배첩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유산수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폭을 넓혀갔다. 그는 배첩에 디자인 감각을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 ‘부치부치’ 공방의 문을 열게 되었다.
“디자이너였던 저의 경력을 살려 배첩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거치고 있어요. 지역 작가들에게 배첩을 가르쳐주거나, 전통 장정(책의 겉장이나 면지 등의 겉모양을 꾸미는 방식)의 방식을 빌린 사진책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로쓰기 달력과 메모지 등 다양한 전통 디자인의 굿즈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어요.”

전통의 뿌리를 지키는 원데이 클래스 & 아카이빙
제다은 대표는 전통공예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민화나 서예 등 전통회화 작가를 대상으로 한 족자, 전통책, 병풍 배첩 정규 클래스와 작품 뒷면을 보강하는 배접 원데이 클래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경주를 찾은 외국인과 관광객에게는 한지 사진책 만들기와 능화판에 문양을 찍어 만드는 전통책 만들기 클래스도 추천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배첩의 전성기부터 소멸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한 장인들과 지역 표구사의 아카이빙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다양한 작업 방식 등을 모으는 연구로 전통의 대를 이어나갈 배첩공방 ‘부치부치’와 청년 대표의 앞날이 기대된다.
“사라지는 표구사들이 많다보니, 앞으로 10년 후면 작품을 맡길 수 있는 공방이 없을 수도 있어요. 부치부치는 햇병아리 표구사이지만 지켜내고 버티다보면 언젠가 장인의 집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전통기술을 전승하고 기록해 나가며 배첩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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