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그리는
경주 사람

미래의 기억이 될 오늘, 경주다움을 빚다

‘하우스 오브 초이’ 최재용 대표

가상의 생성물이 진짜를 위협하는 시대, 직접 농사 지은 쌀로 술을 빚고 박물관 유물들을 연구해 주병과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가장 경주다운 것이 미래 세대에 이어지도록 오늘의 감각을 고민하고 기록하는, ‘하우스 오브 초이’ 최재용 대표를 만나본다.

류정헌 사진 박진형 / ‘하우스 오브 초이’ 제공

전통에 감각을 입히다

경주 교촌마을에 뿌리를 둔 ‘하우스 오브 초이’는 전통을 재현하기만 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300년의 시간을 품은 고택 ‘요석궁 1779’는 최씨 집안의 내림 음식을 대접하는 한식당이자 신라 토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식기들이 상차림에 전시되는 갤러리다. 신라 고분의 둥근 능선과 포석정을 모티브로 조성된 카페 ‘이스트 1779(Eyst 1779)’는 실제 작가의 작품이 공간을 구성, 손님들은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에 앉아 차담을 나눌 수 있다. 최씨 집안의 전통 가양주를 빚는 ‘교촌도가’ 역시 집안 고유의 정통 양조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이를 담는 주병은 요석궁의 그릇들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유물을 직접 연구하고 3D 스캔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했다. ‘하우스 오브 초이’는 술과 차, 음식 등을 매개로 경주 천 년의 미학을 오감으로 체험케 하는, 전통이란 기본 위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문화 경험 브랜드다.

미래 세대가 기억할 근본의 가치

최 대표가 ‘교촌도가’에서 전통주 ‘대몽재 1779’를 빚기 시작한 것은 기록의 절박함 때문이었다. 보통 집안 종부들이 대대로 잇던 가양주의 명맥이 시대적 변화로 절멸하게 될 것을 우려했고, 이를 브랜딩과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위해 집안의 전통 가양주를 상품화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절박한 기록’이 닿은 곳이었다. 당초 구매력을 갖춘 50대 이상을 주요 소비 주체로 예상했으나, 실제 소비층의 60~70%가 2030세대였던 것이다. ‘요석궁 1779’ 역시 마찬가지다. 주로 중장년층의 격식 있는 모임 장소로 이용되던 곳이 2022년 리뉴얼 후로는 젊은 세대들이 식사하고 사진 찍는 문화 향유 공간이 되었다. 가품과 가상이 넘치는 시대에 진짜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른바 ‘근본이즘(根本-ism)’과 내게 의미 있는 제대로 된 하나를 향유하겠다는 문화 소비 세대의 심미안이 맞닿은 결과였다. 최 대표의 절박함이 미래 세대에게 연결되고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브랜드, 문화가 되다

최 대표는 브랜드가 가진 요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이야기를 만든다. 옛 요석궁에서 입신양명의 꿈을 담던 공부방 ‘대몽재’에서 경주의 전통적 가치를 담아낼 새로운 이름을 찾아내고, 전지 작업 후 버려지는 수많은 소나무 가지에서 향을 추출해 경주의 새로운 감각을 피워낸다. 또한 한식당 ‘요석궁 1779’와 카페 ‘이스트 1779’를 전통과 현대, 월식과 일식이라는 대조되는 콘셉트로 구성해 다름과 조화의 서사를 완성한다. 단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의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가 된다.

시대가 원하는 품격의 기준 

‘대몽재 1779’가 2022년 세상에 나온 뒤 거둔 성과는 가히 놀라웠다. 2025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대통령 취임 만찬주로 사용되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요석궁을 찾은 해외 정상급 인사들의 만찬과 환대에 쓰이며, 의미 있는 문화 사절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최 대표는 그간 우리 사회가 원하는 ‘품격’을 채울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대의 요구로 공을 돌렸다.

“경주라는 문화 도시의 품위와 격을 담아낼 기준점이 필요했던 시기에, 저희가 제시한 기준이 그 요구에 부합했던 것이지요.”

이는 단순한 제품 성공의 서사가 아니다. ‘하우스 오브 초이’ 가 선제적으로 제안한 문화 도시 경주의 지향점이 실질적 성과로 드러난 것이었다.

데이터로 잇는 문화의 미래

‘하우스 오브 초이’는 2022년부터 매해 그 해의 테마를 담은 책을 발간해 왔다. ‘변화와 혁신’, ‘공생’, ‘공존’이란 제목으로 그동안 3권의 책이 발간됐다.

“잘 된 것도 잘못된 것도 데이터로 남아야 하고 레이어로 쌓여야 합니다. 그래야 그 위에 무엇이든 얹을 수 있습니다.”

최 대표가 기록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늘의 시도가 촘촘한 층위로 쌓일 때, 비로소 다음 세대가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의 바람은 ‘하우스 오브 초이’의 성공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주를 지켜온 여러 가문이 자신들의 색깔을 담은 하우스 브랜드를 만들고, 각자의 문화들이 시대 안에서 풍성해지기를 꿈꾼다.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저마다의 멋과 취향으로 다채로워질 때, 비로소 ‘문화 도시 경주’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저희 브랜드도, 경주라는 도시도 그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주는 충분히 그럴 만한 역량을 가진 도시니까요.”

과거의 품격이 오늘에 닿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이 가치는 다시 또 다른 과거의 격조로서 미래 세대에게 기억된다.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고 소통하는 자신만의 원형을 구축한 브랜드 ‘하우스 오브 초이’. 오늘도 경주 교촌마을 고택에서는 오래된 경주의 멋과 이야기가 새롭게 빚어지고 있다.

얼쑤! 체험숲이 교실이 되는 날,
얘들아! 천년 숲에서 놀자!
경주의 맛&멋장바구니에 담은 경주의 장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