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복
경주 사람

푸름을 닮은 나,
나를 닮은 시[詩]

최윤정 작가

식물카페 ‘아단소니’는 빛을 향해 나아가는 잎맥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공간을 채운다. 이 공간의 주인 작가 최윤정, 희귀식물을 가꾸고, 시를 쓰고 소설을 꿈꾸는 사람.
그의 문장에는 푸름이 묻어있다. 2025년 천강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된 작가 최윤정은 삶의 감각을 문학으로 옮겨와 단단하게 심고 있다. 식물과 문학, 이 두 가지가 결국 하나의 삶을 이루어 푸르게 빛나고 있는 곳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임숙영 사진 최다영

최윤정 작가

결정적인 한순간, 식물과 만나다

심란했던 어느 날 그는 베란다에서 식물을 들여다보다 문득 깨달았다. 식물이란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것을, 잎맥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또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잎의 무늬나 줄기를 바라보고 손끝으로 떡잎을 떼어주는 동안, 생각이 가벼워지고 마음은 비워졌다. 그렇게 잡념이 사라져 갔고, 집 안에는 식물이 하나둘 늘어갔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삶이 되다

흔한 화초가 아니라 원시 그대로의 원종,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관심 있는 분야는 끝장을 보려는 성향과 태생적으로 남들과는 다른 것을 좋아하는 기질 때문인지 식물을 키우다 어느 특이점이 온 것이라 말한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해외 사이트를 헤매고, 정보를 수집하고, 식물을 들여오고, 가꾸고, 번식시키는 일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집은 온통 초록으로 가득 찼고, 마침내 식물들은 집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아단소니’가 생겼다.

가장 사랑하는 ‘몬스테라 아단소니’에서 이름이 오다

희귀식물 카페 ‘아단소니’는 그 이름부터 특별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잎 한 장이 수십만 원을 호가하던 식물, 이 작은 생명이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기에 그는 ‘아단소니’라는 이름을 자신의 귀한 공간에 붙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희귀식물을 키우는 취미를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전국에 몇 없던 희귀식물 매장이었지만 지금은 대중화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식물을 보러 오거나 창업 상담을 하러도 오지만 무엇보다 문학을 이야기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식물과 닮은 작가 최윤정의 글

그의 글은 식물과 닮았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깊은 탐구, 존재와 소멸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 흙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다가 결국 시들어 가는 식물처럼, 인간의 삶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 흐름을 생각하다 보면, 그는 다시 문장으로 돌아온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수필 「흉터」는 그러한 사유의 흔적이다. 어린 시절, 머리에 남은 흉터를 부끄러워하며 구석을 찾던 자신을 떠올리며 쓴 글.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는 과정은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그 글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는 더 이상 흉터에 관해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세상에 꺼내놓는 첫 번째 “나”로 가장 적당했다.

글을 쓰는 방식도 그의 삶과 맞닿아 있다

장사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창작의 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삶은 늘 틈을 만들어 준다. 몰려온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의 고요 속에서, 그는 집중한다. 짧은 시간 동안 한 문장, 한 단어에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단단하다. 문장 하나하나가 숙고를 거친 흔적을 지닌다. 퇴고의 횟수를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완성에 가깝게 쓰려고 한다.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정확하게 쓴다.

“식물과 함께 생명을 키우고, 모든 삶을 다 쓰는 사람, 최윤정 작가의 세계를 살갑게 대면해 본다.”

다 쓰는 사람, 최윤정

그는 스스로를 ‘다 쓰는 사람’이라 말한다. 수필로 등단했지만, 시인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자랐고, 중학교 때 소울메이트였던 친구는 그에게 ‘너는 소설가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다 쓰기로 했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가 아니라, 결국 모든 것이 글이기에. 세계문학전집을 친구 삼아 살던 시절, 유독 「죄와 벌」과 「데미안」, 그리고 「테스」를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의 감각이 지금의 문장 속에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그는 좋아하는 시인 김소연, 심보선, 김상혁의 작품을 읽고, 소설가 박형서, 김금희 문장을 아껴가면서 곰곰이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언어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우월함’이라는 갑옷을 입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다

식집사, 식테크라는 단어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아단소니’는 식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랑을 가진 사람, 커피 맛을 아는 사람, 문학 길동무를 찾는 이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5년째 식물카페를 운영하며 지내느라 긴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는 작가는 낯선 곳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작품을, 오래 읽힐 작품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 올해의 소망이자 계획이라고 한다.

“푸름을 닮은 삶, 생명을 담은 삶이 자신만의 언어로 씨앗이 되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큰 숲이 되기를 그저 바라본다. ”

작가 최윤정

•경북 경주 출생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10
•중학교 교과서 2종 수필 ‘흉터’ 수록
•경주문인협회 회원
•제3회 천강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수상, 2011
•제20회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당선
•제15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 당선,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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