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복
매력 명소
고개를 드니 풍경이 빛나고
책을 드니 천년 세월이 그려지다
책이 단순한 지식의 도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번지는 독서 열풍 속에서 ‘텍스트 힙’이라는 트렌드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글자(TEXT)와 멋지다(HIP)가 결합된 말로 독서 행위가 세련되고 멋진 활동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말한다. 작년 6월 열렸던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도 참가자는 Z세대가 대다수였다. 이러한 새로운 독서문화를 구현하는 공간이 우리 경주에 있다. 바로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천년서고’이다. 이곳에서 책을 펼치면, 글자 사이로 천년의 시간이 흐른다. 지금, ‘신라천년서고’의 매력 속으로 떠나보자.
글 / 사진 임숙영
산책하듯 찾아들다
‘천년서고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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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성덕대왕신종으로 향한다. 저 멀리 보이는 수묵당과 고청지,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길수록 문득 사방의 풍경이 반가워진다. 봄이 오고 있다. 노란 산수유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속절없이 곱다. 백목련이 우아한자태로 서 있다. 댓잎은 더욱 푸르고, 뒤뜰에는 바람의 소리가 기척 없이 스며든다. 신라천년서고로 가는 길은 저절로 한 편의 서정시가 된다.
신라천년보고와 결을 맞춘
열린 도서관 ‘신라천년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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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 ‘천년보고’와 결을 맞춘 천년서고에는 이름처럼 경주와 신라 그리고 신라 천년의 토대가 된 불교문화에 대한 서적부터 박물관 전시 도록까지 보관하고 있다. 도서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휴식 공간의 기능도 함께 하는 ‘천년서고’라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에는 관람객에게 영감의 촉매제 역할에 더해 휴식과 쉼의 역할을 담고자 하는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서고 속 예술작품
‘석등이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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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서고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서가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석등이다. 고요한 빛을 머금은 석등이 공간에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천년고찰의 뜨락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독서를 위해 찾은 이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석등 앞에 선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석등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석등은 책과 함께 숨 쉬며 방문객들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존재가 되었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을 닮은 서고
‘전통 한옥의 미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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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박물관 수장고였던 이곳은 일반인에게는 제한된 공간이었다.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며 해인사 장경판전의 서가 구조와 기둥, 보, 도리로 구성된 한옥 목가 구조를 본떠 현대적 미감으로 구현했다. 기와지붕의 외관은 내부에서도 그대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넓은 통창과 높은 층고,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나무 기둥을 짜 넣은 구조는 한옥의 단아한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책이 쌓이고, 시간이 머무는 공간 ‘천년서고’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서재다.
1만여 권의 장서,
눕독이 가능한 공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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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관한 천년서고는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다. 휴식과 탐구, 그리고 영감을 위한 장소다. 소장된 1만여 권의 책은 박물관의 도록이 50%를 넘는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발간한 도서, 국내외 전시 도록, 신라 및 경주와 관련된 도서 등 다양한 역사책을 소장하고 있다. 도서의 특성상 대여는 할 수 없지만 자료 스캔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복사를 원하면 미리 용지를 가지고 방문하면 된다. 서가 안쪽으로 널찍하게 자리한 소파는 눕독도 가능할 만큼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발간하고 있는
신라문화유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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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를 대표하는 소장품 5종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한 신라문화유산 시리즈 5권을 최근 발간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직접 투표한 10대 전시품 중 천마총 금관, 황금 보검 등 총 다섯 점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국립박물관 전·현직 큐레이터와 연구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하였으며, 연구자의 시각으로 소장품을 바라보는 경험과 관람객에게 전시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신라문화유산 시리즈는 신라미술관 1층 문화상품점과 인터넷 서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천년서고,
책과 사람이 머무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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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일이다. 신라 천년의 숨결을 품은 공간에서 우리는 책을 펼치고 천년의 시간을 마주한다. 고개를 들면 빛나는 풍경이 있고, 책을 들면 나만의 시간이 흐른다. 높은 층고와 눕독이 가능한 널찍한 소파, 토론이 가능한 세미나룸, 나만의 개인 독서 공간, 품격이 느껴지는 북큐레이션 룸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곳이 없다. 도서관이지만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기존의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던 영감과 몰입을 위해 확장된, 열린 공간이다. 책을 보고 머무를 수 있는 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다시 찾는 핫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