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주
어서와! 경주

여름 경주,
푸른 바다를 품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도시 경주는 사계절 내내 반가운 발걸음을 맞이하는 우리나라 대표 역사 문화도시이다. 그러나 경주는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다. 예로부터 경주는 해양도시였다. 지경마을에서 감포까지 이어지는 100리 넘는 해안선 44.5km의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풍경에 마음이 스며든다. 유적 너머로 숨 쉬는 또 하나의 경주, 경주의 여름 바다로 떠나보자.

임숙영 사진 박재현 일러스트 이가영

여름 경주, 푸른 바다를 품다
경주 문무대왕릉(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30-1)

경주 문무대왕릉(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30-1)

경주의 가장 남쪽 갯마을 지경(地境)

지경은 말 그대로 경상북도의 경계에서 유래한다. 울산과 경주의 숨결이 맞닿은 이 마을은 한때 군 초소가 자리해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못하던 비밀스러운 곳이었다. 지경마을 해안은 마치 바람이 공들여 빚은 듯한 기암절벽과 푸른 파도가 펼쳐내는 대자연의 전시장이 되었다. 일출의 장엄한 빛이 바위를 어루만지면 그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고 신비롭다.
고운 몽돌은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차르륵차르륵 속삭이고, 바위 위 소나무는 바다를 오래도록 지켜본 철학자의 얼굴을 닮았다. 해안 끝자락, 숨은 동굴 너머로 프레임을 맞추면 한 장의 인생샷이 완성된다. 바다는 말없이 위로하고, 지경마을은 고요히 그 휴식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 경주시 양남면 지경길 35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양남 주상절리군

수백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양남 주상절리군은 위로 솟은 주상절리부터 부채꼴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등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자랑한다. 특히 둥글게 퍼지는 부채꼴 모양 주상절리는 201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주상절리 전망대에서는 지질 자원에 대한 콘텐츠는 물론, 지질 해설사가 상주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파도 소리길’이라 불리는 약 1.7km의 해안가 산책로는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이어지며, ‘동해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주상절리는 여름의 풍경을 완성한다.

•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405-3

호국 신라의 정신이 담긴 이견대와 문무대왕릉, 그리고 감은사지

신라의 바다는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킨 왕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감포의 이견대에서 바라보는 동해, 그곳에 문무대왕릉이 있다. 신문왕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감은사지에서 수로를 열어 바다와 연결했다. 천년이 지난 지금도 문무대왕릉은 신라의 얼을 전하고 있다. 감은사지에 서서 내려다보면 시간의 무게가 가슴에 내려앉는다. 세계 최초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 바다는 이야기하고 우리는 귀 기울인다. 그렇게 역사는 이어지고 살아있다.

• 문무대왕릉_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30-1

용의 전설이 깃들다, 전촌용굴

감포에는 파도와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이 있다. 전촌항 인근 해안가에 자리한 해식동굴 ‘용굴’이 그 주인공이다. 사룡굴과 단용굴 두 개의 동굴이 있으며, 이름처럼 신비로운 용의 설화를 품고 있다. 사룡굴에는 동서남북 네 방위를 지키는 네 마리의 용이 살았고, 단용굴에는 감포 마을을 수호하던 단 한 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전한다. 실제로 두 동굴의 입구에는 용이 드나들었을 법한 통로가 남아있어, 전설의 여운을 더한다. 전촌용굴은 감포읍의 스토리텔링 걷기길인 ‘감포깍지길’ 제1, 8구간 코스의 경유지이고, 동해안 트레킹코스 ‘해파랑길’ 11구간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경관 포인트이기도 하다.

• 경주시 감포읍 장진길 39

핫플 감포 송대말등대와 오류 고아라해변

감포항 방파제 끝자락의 송대말등대는 바다와 솔숲이 만나는 낭만의 무대다. 예전부터 이곳의 바람은 짙고 풍경은 깊었다. 여름에도 긴팔을 입어야 앉아서 쉴 수 있을 만큼 시원한 그늘은 평온한 여름맞이에 더없이 좋다.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송대말등대는 빛 체험 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리고, 방문객의 모습이 실시간 사진으로 연동되어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5월 말부터 송대말등대 주변 해안가는 스노클링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원한 수평선 아래의 맑은 바다 수영장에 몸을 담그며 잊지 못할 여름의 추억을 기록한다.

• 송대말등대_경주시 감포읍 척사길 18-94

해파랑길은 부산에서 고성까지 무려 770km의 동해 바닷길이다. 그 가운데 해파랑길 10코스에서 12코스까지가 경주를 지나간다. 아름다운 동해안, 세계지질공원의 경이로움, 신라 천년의 옛 숨결, 그리고 아직 덜 알려진 보석 같은 해안 마을들까지…. 여름은 바다를 부른다. 시원한 푸른 에메랄드빛 아래, 우리만의 이야기와 감동이 번지는 곳, 지금 우리에겐 경주의 바다가 있다. 떠나자, 경주의 푸른 바닷속으로.

이다지도 경주로운예술하는 도시,
신라 천년의 향기에 물들다
경주 산책여름밤 경주가 그려낸 반영,
아름다운 일렁임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