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복
경주 사람

세계를 두드린 작은 학교의 도전
의곡초등학교 사물놀이패

굽이치는 산길을 따라 초여름의 푸르름이 깃든 의곡초등학교를 찾았다. 전교생은 열아홉 명, 경주에서 가장 작은 초등학교지만, 그만큼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선명하게 빛난다. 이곳에는 정겨운 우리 소리로 세계를 두드린 아이들이 있다. 7박 9일간 미국을 방문해 공연을 펼친 사물놀이패 다섯 학생과 그들을 따뜻하게 이끄는 박경자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이재경 사진 박재현 및 의곡초등학교 제공

작은 학교가 선물하는 삶다운 삶

‘있을 건 다 있는’ 산내면의 작은 학교 의곡초등학교는 모든 구성원이 가족처럼 알고 지낸다. 다정한 분위기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자원이 많다는 것도 작은 학교의 매력이다. 수영, 승마, 방송 댄스, 태권도, 미술, 원어민 영어 등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모든 학생이 누릴 수 있다.
사물놀이 동아리도 그 활동 중 하나였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금영휴 전 교장선생님의 제안으로 야외 활동을 대신하여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사물놀이 수업이 시작됐다. 여럿이 마음을 합쳐 소리를 만들어내는 예술, 사물놀이는 의곡초등학교에 잘 어울리는 활동이었다고 한다. 학교와 학생들 이야기를 전하는 박경자 선생님의 표정에는 따뜻한 자부심이 연신 묻어났다.

마을 잔치부터 미국 초교까지, 떠들썩 더덩실

지금은 6학년이 된 사물놀이패 다섯 학생은 올해 1월, 7박 9일 일정으로 태평양 건너 미국에 다녀왔다.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조직한 미국글로벌교류단에 초등학교 중 유일하게 선정된 덕분이었다. 학생들은 미국의 여러 관광지와 초등학교를 방문해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미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우정을 나눴으며, 학교 2곳에서는 ‘쇼미더장고’라는 이름으로 사물놀이 공연도 진행해 우리 소리의 흥을 알렸다.
올해 6학년이 된 학생들은 가람예술단 선생님과 연습을 이어가며 세움풍물학교 합동 공연, 산내면 지역예술제 우분투 공연, 산내면 효도잔치 공연 등 지역의 다양한 공연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장구 담당 이하민 학생

Q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사물놀이를 시작했나요?
A “교장선생님께서 방과후 수업을 만들어 주셔서 2학년 부터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장단을 맞추고 연주하니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다 같이 장구로 시작했다가 원하는 악기로 바꿨는데, 저는 계속 장구를 하고 있어요. 소리가 다양해서 매력 있는 악기예요.”

Q 1월에는 미국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 는 건 언제였나요?
A “네, 힘들기도 했는데 많은 걸 경험해서 좋았어요. 미국 학교 학생들 앞에서 공연했던 게 제일 기억나요. 박수를 받을 때마다 행복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사물놀이를 들려주고 싶어져요.”

장구 담당 박도연 학생

Q 2학년 때부터 같이 사물놀이를 시작했다고 하던데, 처 음 시작할 때는 어땠나요?
A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장구 같은 종류의 두드리는 악기는 처음 연주해 봐서 낯설기도 했고요. 지금은 연주를 많이 해서 사물놀이가 친근한 친구 같아요.”

Q 친구들과 사물놀이를 배우며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겠어요.
A “사물놀이를 하면서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같이 연주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미국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지만, 서라벌문화회관에서 합동 공연을 하면서 많이 배웠던 게 기억에 남았어요. 계속 배워서 더 큰 무대에서 공연하고, 상도 받고 싶어요.”

징 담당 최은실 학생

Q 최은실 학생은 징을 맡고 있어요. 징으로 공연하는 것은 어떤가요?
A “장구를 연습하다가 더 잘 맞는 악기를 찾아서 징을 시작했어요. 소리가 길게 울리는 점이 좋아요. 미국에 가서도 시차 적응으로 고생했지만, 반응은 좋았어요. 처음엔 긴장됐는데 계속 장단을 치니까 소리가 점점 크게 나면서 자신감을 얻었던 거 같아요.”

Q 지금까지 친구들과 함께 사물놀이를 해온 소감을 들려주세요.
A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여요. 평소에는 장난을 치다가도 연습할 때는 다들 집중하고 진지해지기도 하고요. 열심히 연습해서 친구들과 공연을 더 하고 싶어요.”

북 담당 김서진 학생

Q 사물놀이에서 맡고 있는 악기, 북을 소개해 주세요.
A “북은 세게 쳐야 해서 팔이 아프지만, 단조로워서 치기 쉬워요. 미국 가기 전에 북 담당이 필요해져서 제가 맡았다가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Q 미국에 7박 9일 방문하는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어디였나요?
A “공연한 것도 기억에 남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놀러 간 게 제일 좋았어요.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공연 전에 신발을 잃어버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되찾아서 무사히 공연을 끝냈어요. 저는 사물놀이 하다가 쉴 때가 제일 행복하지만 그래도 사물놀이 공연을 더 해보고 싶어요.”

미국에서의 빛나는 여정, 아이들의 마음에 스민 우리 장단.
사물놀이를 이어가고 싶다는 목소리들이 경쾌하다.

꽹과리 담당 박영준 학생

Q 꽹과리는 리더 역할이라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꽹과리를 맡게 되었나요?
A “4학년, 5학년쯤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악기들에 신호를 줄 때 꽹과리가 리더 역할이라는 게 느껴져요.”

Q 지금까지 친구들과 해 왔던 사물놀이 공연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요?
A “미국 초등학교 공연에서 미국 학생들한테 사물놀이를 보여줬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요. 박수도 쳐 주고 분위기가 좋았어요. 유니버셜 스튜디오 같은 관광지도 갈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요. 서라벌문화회관 공연처럼 준비할 때 힘들었던 공연도 있지만, 사물놀이로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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