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주
히스토리 경주

경주의 세 가지 진기한 보물과
여덟 가지 괴상한 풍경(三奇八怪)

이채경 학예연구관(전 경주시 문화재과장)

히스토리 경주

삼기팔괴(三奇八怪)는 예로부터 경주에서 전해지는 세 가지 진기한 보물과 여덟 가지 괴상한 풍경이 있는 것을 일컫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부 같은 내용이 영조~정조 때 문신인 성대중(成大中, 1732~1809)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 “동도(東都, [경주(慶州)])의 일곱 가지 괴이한 일(동도칠괴(東都七怪))”이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동도의 옥피리는 문경새재를 넘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2. 안압지(雁鴨池)의 부초는 연못의 수위에 따라 오르내리면서 항상 가라앉지 않고, 3. 백률사(栢栗寺)의 순송(笋松)은 가지를 잘라내도 움이 트며, 4. 매월당(梅月堂)의 북향화(北向花. [자목련(紫木蓮)])는 해를 등지고 피며, 5. 기림사(祇林寺)의 샘물은 단맛이 나고, 6. 또 기림사의 오색 작약은 옮겨 심으면 제 빛깔이 나지 않으며, 7. 불국사(佛國寺)의 무영탑(無影塔)은 그것만 그림자 못(影池)에 비치지 않으니, 이것이 동도의 일곱 가지 괴이한 일이다.”

삼기팔괴는 다음과 같다.

삼기(三奇)
1. 금척(金尺): 박혁거세 거서간이 즉위하자 하늘에서 금으로 만든 자를 선물로 내려주었는데 병든 사람을 재면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을 재면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신비스러운 것이었다. 이 소문이 중국의 한나라 황제에게까지 가자 황제는 금자가 탐이 나 사신을 보내어 보여줄 것을 청했다. 신라에서는 왕과 신하가 의논하여 30여 개의 인조산(금척리 고분군)을 만들고 그중에 금자를 감추었다. 사신은 금자가 묻혔다는 무덤을 찾아가 보니 똑같은 무덤이 많고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그 후 금자가 묻혀있는 곳이라 마을 이름도 금척이라 불리고 있다. 2. 옥적(玉笛): 죽은 뒤에 호국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의 혼령이 서로 힘을 합쳐 보낸 대나무로 만든 피리인데 이것을 만파식적(萬波息笛, 세상의 파란을 없애고 평안하게 하는 피리)이라고 한다. 신라 왕궁의 천존고(天尊庫)에 보관하다가 신라 이후에는 경주 관아에서 보관해 왔는데 조선 중엽에 잃어버린 것이 객사(客舍)인 동경관(東京館)의 담장 속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되었다고 한다. 검은 옥적은 세 동강 난 것을 은으로 이었고, 옥피리는 한 쌍을 해두어야 좋다고 해서 그 후에 경주부윤이 황색 옥피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3. 화주(火珠): 선덕여왕이 가졌던 수정 돋보기로 빛깔이 수정과 같고, 햇볕을 받아 비추면 솜에 불이 붙었다고 하며, 태양에서 불씨를 얻었다 하여 화주라고 한다. 선덕여왕과 관계가 깊은 사찰인 분황사에서 1915년 분황사 모전석탑 해체 수리 중 탑 내부에서 발견된 유물이다.

팔괴(八怪)
1. 남산부석(南山浮石): 버선을 거꾸로 세워 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버선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며, 남산의 국사골과 지암골 사이 능선에 있다. 큰 바위 위에 또 한 개의 바위가 얹혀 있는데, 실을 넣어 당겨보면 바위가 공중에 뜬 채로 있기 때문에 실이 빠져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2. 문천도사(蚊川倒沙): 문천(蚊川)=[남천(南川), 사천(沙川), 문천(汶川)]은 물이 맑고 모래가 너무나 부드러워 물은 아래로 흘러가지만 모래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문천은 예로부터 모래내, 몰개내, 모기내라고 불렸다.
3. 계림황엽(雞林黃葉): 황엽은 단풍이란 뜻이지만 계림에는 한여름에도 단풍이 생긴다. 또한 계림의 나뭇잎은 움이 트면서 붉은색을 띠는 것이 신비롭다.
4. 압지부평(鴨池浮萍): 동궁과 월지(안압지)에 부평초(浮萍草, 말밤초)가 무더기로 떠다니는데, 뿌리가 땅에 닿지 않은 채 바람이 불면 푸른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듯 떠다니는 모양이 신비로운 장관이다.
5. 백률송순(栢栗松筍): 소나무는 원래 가지를 자르면 새순이 돋아나지 않는데 백률사 부근의 소나무는 가지를 잘라도 새순이 돋아나는 것이 신비롭다.
6. 금장낙안(金藏落雁): 서천(西川)=[황천(荒川)]과 북천(北川)=[알천(閼川)]이 합수하는 곳으로 임금이 노닐던 금장대(金藏臺)를 말한다. 높은 바위에 올라서 바라보면 서라벌이 한눈에 굽어 보이는데, 예기청소(藝妓淸沼) 푸른 물에 비치는 전망이 아름다워 날아가던 기러기도 잠시 내려서 쉬어갔다고 한다.
7. 불국영지(佛國影池):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이 얽혀있는 영지에는 날이 맑으면 불국사의 전경이 물에 비치는데, 다보탑만 비치고 석가탑은 비치지 않는 것이 신비스럽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은 석가탑을 ‘그림자 없는 탑(무영탑, 無影塔)’이라 부른다.
8. 나원백탑(羅原白塔): 현곡면 나원리에 있는 나원리 5층석탑은 경주의 대부분의 석탑들이 3층인 것과는 달리 5층이며, 붉은색이 많이 포함된 경주산 화강암이 아닌 순백색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풍상우로(風霜雨露)에 시달리면서도 이끼가 끼지 않고 순백의 숭고한 색깔이 변함없는 것이 신비롭다.

이 밖에 사람에 따라서는 삼기에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 팔괴에 금오만하(金鰲晩霞), 선도효색(仙桃曉色) 또는 서산모연(西山暮煙)을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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