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주
이다지도 경주로운
이토록, 장엄한 서정
신라의 황금빛 시간을 거닐다 국립경주박물관
어느 곳을 가도 그저 좋은 도시 ‘경주’, 경주를 걷는다는 것은 천 년의 시간을 걷는 것이다.
이번 겨울 경주를 찾는다면,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가보자.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유물 한 점, 박물관 구석구석 공간마다 특별한 감동을 함께 느껴보자.
글 임숙영 사진 최다영,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신라역사관 2층 상설전시실 ‘천마총금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박물관
박물관은 미술, 문화,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술적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일반인에게 전시하는 기관이다. 먼저 국립경주박물관의 역사를 살펴보면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국립박물관이 결성되었고, 같은 해 10월 7일 국립박물관 경주 분관으로 문을 열었다. 1975년 7월 2일, 인왕동의 신축 박물관으로 이전했으며 같은 해 8월에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승격하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 박물관이다. 상설 전시실은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 신라천년보고, 옥외 전시 등 5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박물관 교육의 선구자인 수묵 진홍섭 선생과 고청 윤경렬 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수묵당과 고청지는 1954년 개교하여 지금까지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어린이박물관 학교의 상징이다. 또한 전국 박물관의 전시 도록과 북큐레이션이 자랑인 신라천년서고와 경상도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신라천년보고 또한 큰 볼거리다.

신라역사관 국은실
신라 천 년을 거닐다_신라역사관 & 신라미술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발견된 6점의 신라 금관이 100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하여 열리는 특별전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뜨거운 호응에 보답하기 위해 전시 기간을 2026년 2월 22일까지 연장했다. 또한 지난 11월 17일부터 기존 현장 배포 방식에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더해 더욱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신라미술관 1층에 자리 잡은 불교조각실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불교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고 신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온 불교를 만날 수 있다.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등 신라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불교 조각 57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작품 주변에 공간을 두어 360도 감상하며 조각의 입체성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2층 불교사원실은 신라 최대의 사찰인 황룡사를 비롯해 분황사, 감은사 등에서 출토된 사리기, 기와, 전돌 등을 전시하고 있다.
1,100여 점의 통일신라 유물을 관람하다 _ 월지관
월지는 신라 동궁 안에 있는 인공 연못으로 조선시대 이래 오랫동안 안압지로 불렸으나, 신라 사람들은 월지라고 하였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후 문무왕 14년에 큰 연못을 파고 못 가운데 3개의 섬과 못의 북동쪽으로 12봉우리의 산을 만들었으며, 여기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고 전해진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월지관은 단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월지 주변의 건축용 나무 부재들은 썩지 않고 발견되었는데, 이때 발견된 부재들로 복원한 건축모형, 월지의 평면 모습과 주요 문화유산 출토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월지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용면문와, 금동초심지 가위 등 섬세하고 세련된 금속공예품과 불교 조각품은 물론 동물뼈, 토기와 생활 그릇 등이 전시되어 있다.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된 약 3만 점의 국가유산 가운데 1,100여 점을 엄선하여 주제별로 전시해 통일신라의 문화, 특히 왕실과 귀족 생활과 문화 전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국가유산이 보존된 「신라천년보고」 &
박물관 소장 도서가 보관된 「신라천년서고」
「신라천년보고」는 경상도 지역에서 발굴된 국가유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전용 시설이다. 박물관 야외 전시를 둘러본 후 카페 이디야 옆의 옥골교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건물이 바로 신라천년보고이다. 수장고는 개방 구역과 비개방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대구, 김해 등지의 주요 유물도 모두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신라천년보고를 둘러본 후 다시 옥골교를 건너 고청지라는 이름의 연못쪽으로 이동하면 신라천년서고를 만날 수 있다. 「신라천년서고」는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록 중심의 서적을 읽으며 편안하게 담소도 나눌 수 있는 도서관이다. 품절된 도록은 물론 전국의 박물관에서 발간된 도록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도록은 책이 가진 특성상 대여가 불가능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프린트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준비되어 있으며, 눕독(누워서 독서)도 가능할 만큼 개방적이고 편안한 공간이 특별하다. 높은 층고와 갤러리 풍의 인테리어, 박물관 사서가 엄선한 북큐레이션까지 준비된 신라천년서고는 박물관이 자랑하는 매력 명소이다.

신라천년보고

수묵당과 고청지

월지관
산책하며 만나는 감동의 유물들 _ 옥외 전시
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이미 천 년 전 신라를 거닐게 된다. 종각 앞의 승복사 쌍거북 비석 받침, 신라역사관 앞 삼층 석탑, 부처상과 승소골 삼층 석탑은 물론 신라미술관과 월지관 중간 광장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마치 불국사 경내에 들어선 듯한 감동을 준다. 야외 전시 가운데 특히 발길이 머무는 곳은 통일신라 초기의 고선사 터 삼층 석탑 앞이다. 어느 방향에 서서 바라봐도 고즈넉한 감동을 선사한다.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작품은 낭산에서 출토된 석조관음보살입상으로 목 잘린 석조 불상군들 사이에 서 있다. 경주에서 출토된 유물은 대부분 국가문화유산급이며, 석탑, 석등, 비석 받침 등의 석조품 1,300여 점을 박물관 야외에 전시하고 있다. 산책하듯 거닐며 만나는 석조품들은 모두 경주와 인근의 옛 절터와 궁궐터, 성터에서 옮겨 온 유물들이다. 또한 박물관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성덕대왕신종은 우아하고 화려한 문양, 몸통에 남아있는 1,000여 자의 명문, 아름답고 여운이 긴 종소리 등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종 가운데에서 가장 우수한 걸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