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복
경주 사람

사탕 한 바구니에
진심이 닿다

전창해 택시 기사 진심 인터뷰

경주의 명물은 관광지나 먹거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주에서 ‘사탕 택시’, ‘사탕 아저씨’라 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전창해 택시 기사가 그 주인공. 지난 7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300회 특집에 출연해 관심을 받았다. 최장 10일의 추석 연휴, APEC 정상회의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던 경주의 10월에 전창해 기사를 만나러 갔다.

한소영 사진 최다영

전창해 택시 기사 진심 인터뷰

Sincerity

: 진심

“사람의 마음을 여는 비결?
진심만 있으면 충분하죠.”

“사람의 마음을 여는 비결?
진심만 있으면 충분하죠.”

사탕으로 마음을 잇다

전창해 기사의 택시를 처음 타보면 각양각색의 물건으로 가득한 모습에 시선이 가게 된다. 손님들의 눈에 가까이 보이는 건 사탕 바구니. 사탕 바구니 외에도 트렁크에는 비가 올 때 나눠주기 위한 우산도 있다.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그의 행동에 감탄하니 오히려 “<유퀴즈> 이후 사탕 후원을 받은 덕분에 손님들께 넉넉하게 줄 수 있어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하며 스스로를 낮췄다.

한 번의 우연이 소중한 인연으로

그와 최림 군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도 변함없이 사탕을 나눠주며 친절하게 다가온 그의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는 최림 군. 그로부터 5년 후인 2023년 어느 날, 최림 군의 어머니가 그를 찾아왔다. 아들의 투석 치료 때문에 양산에 있는 병원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지 조심스레 요청했다. 경주에서 양산까지는 왕복 140km, 보통 2시간 정도의 거리. 그러나 최림 군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하는 데 집중했다. 무사히 데려다준 후에도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 근처에서 몇 시간 동안 최림 군의 진료가 마치길 기다렸다. 이 사연이 <유퀴즈> 300회 특집 때 소개되면서 시청자에게 뭉클함과 감동을 안겨줬다. “림이가 저를 잘 따라주고, 제 차에 타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게 고마웠어요. 림이 어머님도 제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일 때면 미안해하셨고요. 저는 림이가 입원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오래 기다리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한 아이의 낙서가 가르쳐준 것

택시에서 사탕을 먹다 보면 눈길이 가는 물건이 하나 더 있다. ‘추억 저장소’라는 제목의 작은 노트이다. 손님에게 직접 메모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마음껏 작성할 수 있게 비치한 노트가 쌓이다 보니 어느덧 15권째. 손글씨나 그림이 담긴 노트가그에겐 손님이 적어두고 간 일기와도 같지 않을까. 이런 방법을 어떻게 떠올렸는지 궁금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며 들려줬다.
“8살, 10살짜리 아이 둘과 어머니를 태운 일이 있었어요. 그때 8살짜리 아이가 택시에 있던 제 물건에 관심을 보였어요. 용수철에 귀여운 동물 장식이 달려 있던 볼펜이었는데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선물 받은 물건이라 거절하려다가 아이에게 그걸 줬어요. 근데 아이가 택시 창문에 볼펜으로 낙서를 해놓은 거예요. 처음엔 저도 난감했는데, 낙서를 자세히 보니 “행복해라 ㅋㅋ” 하고 적어놓은 거예요. 행복하라는 문구를 보니 차마 화를 못 내겠더라고요. 얼마나 심심했으면 저기에 낙서를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그 일 이후로 손님이 이동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지금의 ‘추억 저장소’ 노트를 만들게 됐어요.”

상대를 향한 마음, 결국 나를 위한 것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가 손님의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나 깍듯하게 다가갔을지 예상이 됐다. 점점 더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택시 기사의 직업의식을 넘어 그에게 ‘배려’와 ‘존중’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뜻밖에도 그는 “제가 친절한 택시 기사인지 아닌지는 손님이 판단할 몫”이라고 강조하면서 “손님이 편안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신경 쓰는 것, 그 정도가 제가 해줄 수 있는 ‘배려’와 ‘존중’”이라고 전했다.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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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히는 경주.
나들이 가기 좋을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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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는 손님에게 사탕과 노트로 세심하게 다가오는 ‘사탕 택시’.
누군가에겐 경주를 떠올릴 때마다 따뜻한 배려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탕 할아버지를 꿈꾸며

이제 그는 소박하게나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를 수식하는 ‘사탕 아저씨’에서 ‘사탕 할아버지’로 기억될 때까지 일하다가 정년을 마치길 바란다고. 은퇴 후에도 그동안 사탕 택시로 누려온 관심과 응원을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덧붙였다.
“제가 올해 55살인데 체력이 버티는 한 20년 정도 일하다가 은퇴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예전에 아내가 만약 3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시간과 바꾸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단언컨대 아니라고 말했죠. 경주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만난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푸근한 산타 할아버지처럼 손님들이 저를 ‘사탕 할아버지’로 불러줄 때까지 일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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